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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장의 건강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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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에서는 한방신경정신과질환을 어떻게 치료하나

얼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한의원에서 신경정신과 진료를 한다고 하면 한의원에서도 그런 질환을 보는지 몰랐다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직까지도 한의원이 근골격계 질환에 침 맞고 피곤할 때 보약 지어 먹는 곳으로 이미지화 되어 있는 탓이겠지요. 그래서 오늘은 한의원의 한방신경정신과 진료에 대해 Q&A 형식으로 자세히 설명드리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한방신경정신과는 한의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서양의 신경정신의학과 심리학 등 연관 학문 분야들을 적용해 신경과 및 정신과 질환들의 생리, 병리, 진단, 치료 등을 다루는 임상 학문입니다. 한의학은 그 학문적 특성상 온몸과 마음을 종합적으로 인식해 진단과 치료를 하지만, 현대에는 좀 더 전문화되어 한방내과, 한방부인과, 한방소아과, 한방재활의학과 등과 함께 한방신경정신과 역시 주요 분과 중의 하나입니다.

 

현대인들이 인식하고 있는 우리의 정신세계는 서양의 심리학을 바탕으로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나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동양에서는 서양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인간의 정신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이 있었습니다.

 

다만 동양에서 인식하는 정신세계는 프로이트 이후 설정된 서양의 정신구조와는 차이가 있어 현대의 서구적 개념에 명확하게 대비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동양 자체의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① 영(靈)

영(靈)은 모든 정신현상의 본질적 영역으로 혼(魂)과 백(魄)을 합한 개념입니다.

② 혼(魂)

혼(魂)은 내재된 정신 상태가 외부로 튀어나오려는 경향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충동 경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혼은 육체와 별개로 존재할 수 있는 정신으로 인간의 생명활동에 의해 발현되는 지각기능이며, 혼의 기능은 잠꼬대나 꿈을 포함한 각종 환각 등 무의식중의 감각이나 동작과 관련 있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③ 백(魄)

백(魄)은 혼과는 반대로 내재화되어가는 정신작용인데, 외부의 자극을 받으면서 정신적인 역동을 통해 습관이나 성격 등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말하며, 형체에 의존하기도 하고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안전을 위해 욕망적 충동을 억제하는 정신활동으로 안검반사(눈을 보호하기 위해 눈을 감는 동작)나 신생아의 젖을 빠는 행위 등 유전적, 본능적인 조건반사성의 청각, 촉각, 시각적 반응도 백(魄)의 작용에 의한 것입니다.

④ 신(神)

신(神)은 생명활동의 추진기능이 되는 정신발현의 힘으로 의식의 세계이며, 지각, 운동 등 생명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총괄하는 최고급의 정신적 영역입니다.

⑤ 의(意)

의(意)는 혼과 백, 신과 지의 중간에서 소통의 역할을 하며, 충동에 의한 정신적 현상을 자아적으로 통합하고 인격적으로 통일, 발현함으로써 자기의식화하는 정신활동입니다. 즉, 지금 여기에서 느끼는 것들이 우리 몸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에서 거쳐 가는 것으로, 생각이 생겨서 마음이 향하는 바가 있으나 결정짓지 못하거나 어떤 사물에 대해 머무는 인상과 기억을 의미합니다.

⑥ 지(志)

지(志)는 신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백의 작용을 통해 신체에 차곡차곡 쌓여서 내재화된 무의식의 세계입니다. 즉, 의식을 정화하여 저장함으로써 무의식화 되었다가 충동을 받으면 의식화될 수 있는 정신활동이자 의(意)가 결정되어 확고불변해진 상태를 의미하며, 의념(意念)이 쌓여서 확정된 인식입니다. 또한 의(意)와 더불어 의식과 경험의 존재인 인간 특유의 기능으로 출생 후에 계속 발전하며 분석하고 통합하는 정신활동의 총체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기본적인 정신활동과 정서를 표현하는 노(怒, 분노), 희(喜, 기쁨), 사(思, 사려), 우(憂, 근심), 비(悲, 슬픔), 공(恐, 두려움), 경(驚, 놀람) 일곱 가지를 칠정(七情)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정신활동과 감정들이 지나치게 되면 오장육부와 기혈, 경락에 영향을 주어 병리적 반응이 나타나게 되고, 이를 칠정에 상했다는 뜻의 칠정상(七情傷)이라고 합니다.

 

한의학은 병의 원인을 크게 내인(內因), 외인(外因), 불내외인(不內外因)으로 나누는데, 보통 감기와 같이 외부적 요인을 외인이라 하고 외상과 같이 내인도 외인도 아닌 것을 불내외인이라 합니다. 그리고 내인은 내부적인 요인으로 바로 칠정이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 실은 이것은 칠정의 작용을 협의적으로 본 것이고, 사람의 생각과 감정은 모든 자극에 의해 순간순간 변하며 또 칠정에 의해서도 다른 병인들이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에, 광의적으로는 모든 병이 칠정상 아닌 것이 없다 할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에게 있어 칠정은 가장 중요한 병인(病因)일뿐 아니라 칠정에 의해 내인, 외인, 불내외인은 완전히 독립된 병인이 아닌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칠정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스트레스보다 훨씬 넓은 의미의 개념이며, 몸과 마음을 하나로 보는 한의학적 특성상 모든 진단과 치료의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대상입니다.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단순하게 척추 또는 근육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요통(허리통증)의 경우에도 한의학에는 정신적인 문제로 인한 기요통(氣腰痛)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에 대해 동의보감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자기의 욕망대로 되지 않으면 심혈(心血)이 왕성하지 못하여 근맥(筋脈)을 잘 영양하지 못하며 기가 막힌 탓으로 허리가 아파서 오랫동안 서 있지 못하고 멀리 걷지도 못하게 된다.」

「지나친 근심과 생각 등으로 비(脾)를 상하여 허리가 아프거나, 너무 분해하고 성낸 것으로 하여 간(肝)을 상하여 허리가 아프다.」

 

이처럼 정신적인 것과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증상들조차도 한의학에서는 칠정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것은 한의학 자체가 사람에 대해 몸과 마음을 포함한 하나의 유기체로 인식하는 전인의학(全人醫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양의학 최고(最古)의 원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의 소문(素門) 이정변기론(移精變氣論)에서는 “得神者昌, 失神者亡(득신자창, 실신자망)”라 하였고, 영추(靈樞) 천년(天年)편에서도 “失神者死, 得伸者生(실신자사, 득신자생)”이라고 할 정도로 한의학은 치신(治神), 즉 정신의 안정을 모든 치료의 근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의학에서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마음을 다스리고 조절하는 것을 중요시해 왔으며, 이를 위해 자연의 이치에 맞게 살아가는 양생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황제내경 소문의 제일 첫 편인 상고천진론(上古天眞論)에서도 다음과 같이 양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황제(黃帝)가 “상고 시대 사람들은 모두 백 살 넘게 살면서도 노쇠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단시 오십 세 정도만 되어도 거동에 점차적으로 노쇠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시대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인가, 아니면 사람들이 양생의 법도를 거역하기 때문인가?”라고 묻자 기백(岐伯)이 답하기를 “ 상고 시대 사람들은 대부분 양생의 법도를 깨달아서 계절의 음양 변화규율에 따르고, 이러한 이치를 근거로 양생의 각종 방법을 조화하도록 하였습니다. 음식물의 섭취에 일정한 절제가 있었고 기거에도 일정한 절도가 있었으며 함부로 과로하지 않았으므로 신체와 정신이 모두 건강하여 천수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사람들은 술을 마치 물처럼 마시고 일상생활에 절도가 없으며 술에 취하여서도 빈번히 방사(성생활)함으로 인해 정기는 고갈되고 원기 또한 계속 소모하여 흩트리고 있습니다. 원기를 충실하게 유지시키지 못하고 정신을 다스리지 못하며, 일시적인 쾌락을 추구하고 양생의 즐거움을 거역하며, 기거에도 절도가 없으니 이로 인해 오십 세 전후가 되면 곧 노쇠합니다.”라고 하였다.

 

또 이르기를 “무릇 상고 시대 양생의 법도를 깨우친 성인들이 백성들에게 가르치기를 사계절의 사기(邪氣)를 피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마음을 안정시켜 망령된 생각을 하지 않음으로써 진기가 내부에서 조화되고 정신이 소모되지 않게 하니, 어떻게 질병이 발생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정신이 편안하고 욕심이 없으며 마음이 안정되어 두려움이 없으며, 육체적인 노동을 하여도 권태롭지 않으니, 이로써 진기가 조화되어 각자가 원하는 대로 모두 만족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먹고 마시는 것이 모두 감미로우며 입는 것마다 편안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즐거움을 찾았으며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서로 부러워하거나 시기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연적으로 순박해졌습니다. 향락이 그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힐 수 없었고 음란하고 사악한 말로 그 심지를 현혹할 수 없었으며, 우매한 사람이거나 총명한 사람이거나 어진 사람이거나 불초한 사람이거나를 막론하고 모두 사물에 대한 흔들림이나 두려움이 없었으니, 이것이 바로 양생의 도(道)에 부합되는 것입니다. 그들이 백세 이상까지 살면서도 거동에 노쇠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던 것은 바로 완전하게 원기를 보호하여 손상 받지 않도록 하였기 때문입니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동의보감에서도 역시 제일 앞의 신형(身形)편에서 양생법을 다루고 있는데, 여기에서 언급하고 있는 이도요병(以道療病 - 도(道)를 닦고 수양함으로써 병을 치료함)과 허심합도(虛心合道 - 마음을 비워 도에 부합함)와 같은 구절들을 통해서도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있어 무엇보다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 어느 곳이든 고대에는 질병에 걸릴 경우 미신이나 주술적인 방법들이 동원되었으며, 이는 정신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옛 문헌들을 살펴보면 동양의학의 정신 치료에도 미신적 요소가 일부 있었으나 요즘의 심리치료와 상당히 유사한 부분들도 적지 않게 찾을 수 있으며, 이는 현대 한의 정신과학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래에서는 고래로부터 발전해온 한의학의 정신요법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① 정서상승요법(情緖相勝療法)

정서상승요법은 오행(五行) 이론과 정서간 상승(相勝) 이론을 바탕으로 한 심리치료법으로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의 오행은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의 관계로 형성되는데, 상승은 상극과 유사한 개념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노(怒, 분노), 희(喜, 기쁨), 사(思, 사려), 우(憂, 근심), 비(悲, 슬픔), 공(恐, 두려움), 경(驚, 놀람)의 칠정 역시 오행에 배속되어 각각 상승 관계에 놓이게 되는데, 다른 정서들을 이용해 특정 정서를 억누르거나 풀어줌으로써 치료하는 방법이 바로 정서상승요법이며, 동의보감에는 이를 활용한 실제 치료사례가 다음과 같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 어떤 부인이 배는 고픈데 먹고 싶지 않고 늘 성내고 욕설하기를 좋아하며 곁에 있는 사람을 죽인다고 하면서 나쁜 말을 계속하여, 여러 가지로 치료하였으나 고치지 못하였다. 대인(戴人)이 보고 말하기를 “이것은 약으로는 치료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두 여자 광대에게 화장을 잘 시켜서 부인 앞에 나서게 하자 부인이 그것을 보고 크게 웃었다. 다음날 또 곱게 화장한 두 여자 광대로 하여금 씨름을 하게 하였고, 부인은 이것을 보고 몹시 크게 웃었다. 그리고 부인 곁에서는 늘 음식을 잘 먹는 다른 부인이 음식이 맛있다고 자랑하면서 달게 먹게 하였는데 부인이 그것을 보고 음식을 찾아 한번 맛보게 되었고, 며칠이 못 가 성내는 것이 점차 줄어들면서 음식을 점차 더 먹게 됨으로써 약을 쓰지 않고도 병이 나았다. 그 후에 아들까지 하나 낳았다.

 

* 어떤 여자가 결혼한 후에 장사를 떠난 남편이 2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아 음식을 먹지 못하고 맥이 빠져서 잠만 자거나 천치처럼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병은 없었지만 늘 안으로 향하여 앉아 있었다. 이것은 남편을 그리워하다 못해 기가 몰린 것이다. 이것은 약만으로는 치료하기 어려우며 기쁘게 해주면 낫는다. 그렇지 않으면 성을 내게 해야 한다. 내가 가서 충동을 주어 몹시 성을 내게 하여 세 시간 정도 울게 한 다음 그의 부모가 그 성낸 것을 풀어 주게 하고 약 한 첩을 먹였더니 곧 음식을 먹겠다고 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병이 비록 나았다고 하여도 반드시 기쁘게 해야 완치될 것이다"고 하였다. 그의 남편이 돌아온다고 속였더니 과연 병이 발작되지 않았다.

 

* 어떤 부인이 생각을 지나치게 하여 병이 나서 2년간이나 잠을 자지 못하였다. 대인(戴人)이 보고 나서 "양손의 맥이 다 완(緩)하니 이것은 비(脾)가 사기(邪氣)를 받은 것인데 비는 생각하는 것을 주관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하면서 그의 남편과 의논하기를 부인이 성을 내게 하자고 하였다. 그리하여 대인이 많은 재물을 받아 내고 며칠간 술을 먹다가 처방 한 장 써주지 않고 돌아갔다. 그러자 그 부인은 몹시 성이 나서 땀을 흘리다가 그날 밤에는 곤하게 잠들었는데 깨어나지 않고 8~9일이나 잤다. 그 후부터 밥맛이 나고 맥도 제대로 뛰었다. 이것은 담(膽)이 허(虛)하여 비(脾)가 지나치게 생각하는 것을 억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하던 것이 지금 격동시키고 성을 내게 하여 담이 다시 비를 억제하게 되었기 때문에 잠을 자게 된 것이다.

 

② 이정변기요법(移精變氣療法)

황제내경(黃帝內經) 소문(素問)의 이정변기론(移精變氣論)에는 “고지치병, 유기이정변기(古之治病, 惟其移精變氣)”라는 말이 나오는데, “고대에는 질병을 치료함에 오로지 축유(祝由)로써 이정변기하였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축유는 굿과 같은 주술적, 미신적 방법을 일컬으며, 이정변기는 환자의 정신을 조절해 기혈순환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환자를 치료하는 것으로 이정변기요법은 여기에서 유래한 정신요법입니다.

 

즉, 이정변기요법은 의사가 환자의 정신 상태를 바꾸어 병리적인 상태로부터 회복시키는 심리치료법으로, 크게 정신전이(精神轉移)와 정서도인(情緖導引)의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정신전이법은 자신과 질병에 집중되어 있는 환자의 정신활동을 다른 곳으로 전이 또는 분산함으로써 질병으로부터의 회복을 돕는 것으로, 언어적인 방법 외에도 독서, 시, 음악, 춤, 서예, 그림, 낚시, 여행과 같은 여러 방법들이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는 현대의 심리치료 중 독서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과도 유사한 방법으로 역대 문헌을 통해서도 수많은 치료기록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정신전이법을 활용한 치료 사례로 구성된 설화를 하나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옛날 어느 노인이 늘 머리가 아파 전국의 유명하다는 의사들은 모두 불러 치료를 받아보았으나 전혀 낫지를 않았습니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다 또 다른 유명한 의사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 의사가 노인을 진찰하고 나서 하는 말이 “노인께서는 지금 머리가 문제가 아닙니다. 3일 안에 항문이 빠져 죽을 것입니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놀란 노인이 방법을 청하였으나 이 의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 뒤로 이 노인은 전전긍긍하며 행여나 항문이 빠질까 오직 항문에만 온통 신경을 집중하며 사흘 밤낮을 보냈는데, 드디어 그 의사가 말한 3일이 지났는데도 항문이 빠지지 않고 멀쩡한 것이었습니다. 화가 난 이 노인이 그 의사를 찾아가 따지자 이 의사가 “그래, 머리는 좀 어떠십니까?”라고 하였고, 그러고 보니 매일 달고 살던 두통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의사가 그 모습을 보고 “노인께서는 온통 신경이 머리에만 가 있다 보니 화기가 몰려 두통이 떠나질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아래쪽 항문에 신경을 쓰도록 해 화기를 내려주니 두통이 저절로 나은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감복한 노인은 이 의사에게 두둑한 사례를 해 주었다고 합니다.

 

또 하나의 이정변기법요법인 정서도인법은 현대의 기공에 해당되는 도인(導引)을 통해 치료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으로, 호흡과 동작들을 활용해 정신을 제어함으로써 불편한 정서들을 해소하고 기혈순환을 도와 궁극적으로 건강을 회복 및 증진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이정변기요법은 몸과 마음을 모두 조절하는 효과가 있어, 다양한 정신질환 뿐 아니라 여러 신체적 그리고 만성 질환에 활용하면 좋은 치료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③ 지언고론요법(至言高論療法)

‘지언고론(至言高論)’이란 ‘지극히 당연한 말과 높은 식견’을 뜻하는 말로, 지언고론요법은 대화를 통해 환자의 정신건강을 회복시키며 환자를 설득하고 교육하는 방법입니다. 삼국사기 열전편(列傳篇)에는 통일신라시대인 헌덕왕(憲德王) 14년(822년), 국의(國醫)의 처방으로도 낫지 않는 각간(角干) 충공(忠恭)의 초기 우울증을 궁중의 관리 녹진(祿眞)이 지언고론(至言高論)으로 고쳤다는 기록이 있는데, 지언고론요법은 바로 여기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지언고론요법은 현대 심리학의 지지요법(支持療法)이나 칼 로저스의 ‘인간중심상담’과 유사한 대화요법으로, 공감능력과 인내심, 그리고 환자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고도의 전문지식을 갖춘 상태에서 대화로써 환자의 근심걱정을 없애고 질병을 이겨내려는 의지를 북돋우며 의식과 망상을 변화시킴으로써 사회에 건강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④ 경자평지요법(驚者平之療法)

황제내경(黃帝內經) 소문(素門)의 지진요대론(至眞要大論)에는 ‘경자평지(驚者平之)’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말은 ‘놀란 것을 안정시킨다.’는 뜻입니다. 즉, 경자평지요법은 놀라고 두려워하는 것에 대해 약한 자극으로부터 시작해 점차 강한 자극을 가해 익숙해지게 함으로써 불안해하는 증상을 치료하는 심리요법으로, 과도하게 기뻐하거나 분노하는 증상에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이는 현대 심리학의 행동치료 중 계통적 탈감작요법과 같은 노출치료에 해당되는데, 이를 잘 활용한 치료법이 동의보감에도 다음과 같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어떤 부인이 밤에 도적을 만나서 몹시 놀랐는데, 그 후부터 소리를 듣기만 해도 놀라면서 넘어지고 정신을 잃곤 하였다. 의사는 심병으로 치료하였으나 효과가 없었다. 대인이 보고 말하기를 "놀란 것은 양증(陽證)이고 밖으로부터 들어와서 된 것이며 무서워하는 것은 음증(陰證)인데 속으로부터 나와서 된 것이다. 놀라는 것은 자기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생기는 것이고 무서워하는 것은 자기가 알면서 생긴다."라고 하였다. 담(膽)이란 용감한 것을 주관하는 장기인데 놀라면 담이 상한다. 환자의 두 손을 잡아 의자 위에 놓게 하고 바로 그 앞에 책상 같은 것을 하나 놓은 다음 그 부인에게 이것을 똑똑히 보라고 하면서 나무망치로 한번 책상을 세게 내리쳤다. 그 부인이 몹시 놀랐다. 조금 있다가 또 치니 좀 덜 놀랐다. 연거푸 네다섯 번을 치니 놀라는 것이 점차 안정되었다. 감탄하면서 묻기를 “이것이 무슨 치료법인가?”라고 하자, 대인(戴人)이 말하기를 “놀란 데는 편안하게 해야 한다. 편안하게 하는 것은 일상적인 것이다. 늘상 보면 반드시 놀라는 일이 없게 된다.”고 하였다. 이날 밤 창문을 두드려도 초저녁부터 아침까지 깊이 잠들어서 아무 것도 몰랐다. 대체로 놀라는 것은 정신이 위로 넘치는 것이므로 아래에서 책상을 치고 내려다보게 한 것은 정신을 수습하게 한 것이다.

 

이 외에도 한의학의 역대 고서들에서는 분노, 공포, 모욕 등의 말로 격정적인 감정 변화를 유도하거나 암시, 긴장, 활동 등을 활용한 정신요법 사례들도 찾을 수 있어 이미 오래전 정신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와 병리적 반응에 대한 치료방법이 현대에 못지않게 발달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자세히 설명 드렸듯이 한의학은 감정과 생각, 즉 심리적인 부분이 우리의 신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는 의학인 관계로 아주 오랜 예로부터 신체적 치료와 함께 마음을 치료하는 데에도 많은 힘을 써 왔는데, 그 중에는 이름만 다를 뿐 현대 심리학을 바탕으로 하는 치료법과 상당히 유사한 치료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병을 치료하는 개념이 강한 서양의학에서는 검사에서 이상이 없을 경우 대체로 치료의 대상이 되지 않는 반면, 병보다는 사람을 치료하는 경향이 강한 한의학에서는 병이 없어도 미리 예방하고 좀 더 건강한 삶을 누리게 하고자 노력해 왔는데, 이것은 삼국지에서 독화살을 맞은 관우를 치료한 화타와 함께 고대 중국의 전설적인 명의로 알려진 편작의 다음 고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하루는 편작과 함께 차를 마시던 위나라의 왕이 편작에게 물었습니다.

“형님들도 의원이시라고 하던데 형님들보다 선생께서 더 고명하시니 의술도 형님들보다 더 뛰어나겠습니다.”

“아닙니다. 첫째 형님은 상의(上醫)이시고, 둘째 형님은 중의(中醫)이시며, 저는 하의(下醫)일 뿐입니다.”

왕이 놀라며 물었습니다.

“그런데 왜 두 분 형님의 명성은 세상에 전해지지 않았습니까?”

편작이 대답하였습니다.

“큰 형님은 환자의 얼굴빛을 보고 진맥을 하는 것만으로도 환자에게 병이 생길 것을 알아내어 미리 병을 치료합니다. 그래서 환자는 자기가 아프지도 않았는데 치료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형님은 그 정도 경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병세가 미미한 초기에 치료를 합니다. 그래서 그 환자도 둘째 형님이 자신의 잔병을 치료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병이 많이 진행되고 환자가 고통스러워할 때에야 비로소 살을 도려내고 진기한 약을 써서 겨우 치료를 하는데, 다 죽어가던 환자는 저를 천하의 명의라고 칭송을 합니다. 이것이 형님들이 유명하지 않고 제가 명의로 소문난 이유입니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한의학은 특히 20세기 후반 이후 많은 관심을 받으며 발전하고 있는 긍정심리학과도 유사한 면이 많습니다. 한의학은 소위 보약과 같이 특별한 병이 없어도 더욱 건강하게 하고 병이 되기 전 치료하는 치미병(治未病)의 사상이 강한데, 기존의 심리학이 마음의 부정적인 면을 없애고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데에 주안점을 뒀다면 긍정심리학은 큰 문제가 없어도 강점과 장점을 강화하면서 더 행복해짐을 지향하고 있다는 데서 유사성을 찾을 수 있으며, 질병의 치료 뿐 아니라 예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건강심리학의 개념과도 닿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담한의원에서는 위에서 설명드린 한의학 고유의 개념과 이론들을 바탕으로 서양 정신의학과 심리학, 그리고 명상 등 기타 정신 세계를 다룬 학문들의 지식들을 융합해 통합적으로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끊임없이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환자의 정신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함께 치료함으로써 서로 나쁜 영향을 끼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 선순환 구조로 갈 수 있도록 치료 목표를 잡고 있습니다.

 

한담한의원에서는 불면증, 화병, 범불안장애, 공황장애, 강박증, 우울증, 신체화장애(심신증) 등의 신경정신과 질환을 특화해 보고 있는데, 환자분의 심신의 모든 증상들을 충분히 듣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한의학 고유의 변증(辨證)이라는 과정을 거쳐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한약 처방, 약침, 침, 상담, 명상 및 생활지도 등 필요한 도구들을 다양하게 활용해 치유를 돕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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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한담한의원

등록일202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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