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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함께 치료해 드립니다.

박원장의 건강칼럼

제목

박정석 원장의 '마음에 봄' 이야기

오늘은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제가 처음 한의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중학교 3학년 초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릴 때부터 줄곧 장래에 대한 고민을 했던 저는 그 당시 분위기에 편승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는 과학도를 꿈꿨습니다.

과학에도 여러 분야가 있으니 어떤 공부를 하면 좋을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 당시 저희 집에 있던 100권짜리 과학 전집을 한 권씩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00권을 모두 다 읽고 제가 깨달은 것은 '아~ 나는 과학에 흥미가 없구나.'였습니다. 어쩌면 그리도 하나 같이 재미가 없던지요. 100권째 책이 투명인간을 다룬 과학소설이었는데, 유일하게 그것만 재미있더군요.

그렇게 과학자로의 길을 접고 또 다시 장래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어느날 부모님께서 넌지시 '한의사'가 어떠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처음에는 펄쩍 뛰며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한의대도 해부학을 해야 하는데, 벌레 한 마리도 잘 못 잡는 내가 어떻게 하겠느냐는 이유를 대면서요.

그 뒤로도 부모님께서는 이따금씩 한의사 이야기를 하셨지만 강력하게 권하신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1년 정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게도 '한의사'라는 직업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타인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보람된 일인데다, 사회경제적으로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잘은 모르지만 화학약품이 아닌 환경 친화적인 약재와 침을 도구로 삼아 치료를 한다는 것이 조금은 신비스럽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렇게 한의대를 목표로 학창시절을 보내고 드디어 꿈꾸던 한의대에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학교를 다니며 접한 한의학은 제 생각과 많이 달랐습니다. 초중고를 다니며 익히고 배운 방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해는 안 되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지는 시험에 외우기에도 빠듯한 일정이 하루하루 이어졌습니다.

나름 방황도 많이 하며 한 학년 한 학년 올라 한의대를 졸업하고 한방병원 인턴으로 한의사로서의 첫 발을 내딛게 되었지만, 역시 잠잘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바쁜 하루하루가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계속 공부를 하고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책 속의 내용과 환자의 증상 사이에 괴리감으로 괴로웠던 시간이 지나고 이해가 되자 한의학에 재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재미가 있으니 더욱 열심히 공부하게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문득 어떤 질환으로 오신 분이든 대부분의 환자분들이 신경을 많이 쓰고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심적 고통이 증상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도 함께 말이죠. 그러면서 사람들의 마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결국 그 마음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하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의사로서 몸 공부를 하는 것도 끝이 없지만, 마음 공부도 역시 끝이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훨씬 더 먼 길 같습니다. 그래서 한의대에서 배운 신경정신과와는 다른 관점으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치유의 여정을 함께 하기 위해, 저 자신의 상처를 직면하고 극복하는 과정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신경정신과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의사로서 머리로 그 병을 잘 알고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담자로서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하며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것 역시 못지 않게 중요하더군요. 그래서 신경정신과 질환으로 고통스런 하루하루를 보내는 분들에게는 의사의 차가운 머리와 상담자의 따뜻한 가슴(물론 상담자에게도 차가운 머리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둘 모두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낍니다.

오래 전에 세계적인 심장내과 의사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버나드 라운 박사의 '치유의 예술을 찾아서'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최첨단의 의료기기 결과와 각종 검차 수치가 환자를 규정하며 의사와 눈 한 번 마주치기 어려운 진료현장에서 참의사로서 갖춰야 할 자세를 알려주는 감동적인 내용이었는데, 일부 내용을 옮겨 보겠습니다.

"환자를 치유하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듣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할 말이 많은 환자들에게는 의사가 그의 말을 사려 깊게 들어주는 것 자체가 치료의 한 과정이 된다. 환자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교과서보다 환자의 상태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된다."

중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반 아이들 모두를 대상으로 각자 좋아하는 친구와 싫어하는 친구를 적어내도록 한 적이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친구는 누구를 적었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도 가장 친했던 친구를 적었겠지요. 그리고 싫어하는 친구는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나는 만인을 사랑한다."

그 시절의 이 마음과 한의사가 되고자 했던 초심을 다시금 되새기며, 이 한의원이 제가 환자분들께 드릴 수 있는 모든 것을 후회 없이 드릴 수 있는 공간이자, 누구나 부담 없이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고민 상담소, 동네 사랑방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한담한의원의 슬로건은 '마음에 봄'입니다. 최근에 접한 이해인 수녀님의 글이 눈에 들어옵니다.

"누구에게 다가가 봄이 되려면, 내가 먼저 봄이 되어야지."

제가 누군가에게 '봄날의 햇살' 같은 존재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행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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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한담한의원

등록일2024-04-05

조회수3,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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