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에도 저희 환자분들과 함께 다양한 심리적 문제를 다루었는데요, 상담 중 제가 말씀드렸던 내용 일부를 글로 옮겨 보겠습니다.
사람은 크게 나누면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억압하는 사람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는 사람입니다. 즉 권위적인 건 똑같은데, 그 대상이 남이냐 나 자신이냐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전자는 자기 때문에 남들이 힘들어 하는 걸 잘 모르는 부류이고, 후자는 자기 감정을 외면하면서 본인이 병들어 가고 있는 걸 잘 모르는 부류입니다. 그리고 제게 고통을 토로하는 분들은 대부분 후자이지요.
후자에 해당되는 분들에게 권위적이라고 하면 처음엔 이해를 잘 못 하시는데, 무의식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해 타인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내면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닥치라고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에게는 권위적인 사람임이 분명할 것입니다.
물론 전자나 후자나 불행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전자는 주변에 아첨하거나 눈치를 보는 사람들은 있을지언정 정말 본인에게 애정을 가지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며, 후자는 많은 사람들이 착하다고 좋아하긴 하지만 타인의 감정에 신경 쓰느라 에너지를 소진하면서 가장 중요한 자기 감정은 살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그 정도가 심해지면 결국 우울증이나 화병으로 빠지기 십상이지요.
사람이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자존감이 높아야 하고, 자존감이 높으려면 자기 자신과의 유대감이 잘 형성되어야 합니다. 자기 자신과도 잘 못 지내는데 남과는 어떻게 잘 지낼 것이며, 그러면 어찌 행복할 수 있을까요? 인정 욕구로 자기 자신보다 다른 사람들이 우선인 사람은 결코 자기 자신과 친밀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나 자신이고 가장 잘 지내야 할 사람도 나 자신이며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할 사람도 나 자신입니다. 내가 있어야 남도 있고, 내가 행복해야 남도 행복합니다.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나의 자녀와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결코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세상에서 나와 가장 친밀한 유대감을 형성해야 할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은 속여도 결코 나 자신은 속이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자신과 좋은 유대감을 형성하려면 어찌해야 할까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아니, 늦은 때는 없다는 말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우리 생각을 한 번 해 보죠. 우리가 다른 사람과 친밀한 유대감을 형성하려 할 때는 어떻게 하나요? 우선 관심이 있어야 하고 그러면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 이것저것 질문을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그 사람에 대해 이해하게 되면 애정을 느끼고 사랑하게 되지요.
나 자신도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습니다. 수십년 간 외면하며 유대감을 쌓지 못했으니 우선 친해지는 것부터 해야겠지요. 나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지만 실상 나 자신에 대해 모르는 게 수두룩합니다. 그러니 나에게 계속 관심 어린 질문을 해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처음부터 심각한 질문을 하면 진짜 속얘기를 하지 않는 것처럼, 우선은 가벼운 질문부터 하며 점차 거리감과 경계심을 허물어야 합니다.
그러다 어느 정도 신뢰가 형성되면 조심스럽게 묵직한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별다른 대답을 듣지 못할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 내가 그동안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혹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대답을 듣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나의 진짜 속마음을 마주하는 직면의 순간입니다.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지 마세요. 외면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고 계속 힘들 것입니다. 물론 직면도 아주 고통스럽고 힘든 작업이며,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직면하면 해결이 됩니다. 내가 달라지고 관계가 달라지고 인생이 달라집니다. 부정에서 긍정으로 가는 데는 나의 큰 용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꼭 의지와 용기를 내어 스스로 인생을 바꾸시길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