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공황장애로 30대 직장인이 찾아왔습니다.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항불안제를 여러 알 복용하는데도 불안과 심장 두근거림이 지속되어 찾아오셨더군요. 정신과 원장님들도 각기 진료 스타일이 다른데 이 분이 다니는 정신과에서는 깊은 대화나 상담 없이 증상에 맞춰 약만 처방해 준 눈치였습니다.
많은 정신 질환의 경우 사실 당장의 힘든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면의 탐색을 통해 증상이 생기게 된 이유를 찾고 자신의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을 새로이 설정하면서 함께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당장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고기를 잡아줄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기 낚는 방법을 알려 주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공황장애는 가족력을 제외하면 대부분 스트레스로 인한 경우가 많은데, 이분 역시 거의 번아웃이 올 정도로 사회적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공황장애가 오는 과정을 한의학적으로 설명드리자면, 우선 장기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의 기가 막히고 피를 말리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러면 열이 뜨면서 간의 기운이 항진되거나 심장의 혈(血)이 허해지게 되고 이것이 불안, 심하게는 공황발작으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스트레스성 공황장애에 대한 치료 역시 울체된 기운을 풀어주고 항진된 열을 내려주면서 보혈(補血)하도록 한약을 처방하고, 침과 약침을 활용해 마음을 안정시키고 신체적 증상을 개선토록 합니다.
또한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불안의 심리사회적 이유를 찾고 그 대처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설명을 드리는데, 결국은 나의 무의식 속 에고를 직면하고 평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림하는 훈련을 통해서 공황장애를 극복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공황장애 역시 치료가 빠르면 빠를수록 그 치료 기간도 단축하면서 정신과 약도 빨리 끊을 수 있습니다. 공황장애가 물론 간단하고 쉬운 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치병도 아닙니다. 불안과 공황으로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는 분들께서는 꼭 극복할 수 있다는 용기를 내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