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한의원의 환자분들은 대부분 한국인들이지만, 종종 인도, 필린핀, 프랑스, 영국, 베트남 등 다양한 국적의 환자분들이 찾아오십니다. 대개는 한국말을 못하는 경우가 많으나, 보호자의 도움 혹은 통역 앱을 사용해 소통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그중 몇 년 전에 오신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구안와사 환자분이 계셨는데, 한 달 정도 출국을 미뤄가며 완치될 때까지 열심히 치료를 받고 가셨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에는 심한 스트레스로 구안와사가 생겨 매일 같이 찾아오는 중국 유학생이 있는데, 처음에 왔을 때는 한쪽 눈이 완전히 감기지 않고 물을 마시면 한쪽으로 샜지만, 하루가 다르게 좋아져 지금은 눈꺼풀에 힘도 많이 들어가면서 눈이 완전히 감기고 입도 많이 돌아와 본인 역시 상당히 만족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구안와사에 대해 알아보고 한의원에서는 어떻게 치료하고 있는지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특발성 안면신경마비 혹은 벨 마비라고도 하는 구안와사는 말 그대로 눈과 입이 삐뚤어지는 것으로, 과로, 스트레스, 찬 바닥에서의 수면 등이 원인이며, 저희 아버지는 십여 년 전 힘들게 치과 치료를 받고 나서 구안와사가 생긴 일도 있었습니다.
구안와사는 뇌졸중으로 생기는 중추성 안면신경마비, 대상포진에 의한 람세이헌트증후군 등과 감별이 필요한데, 이마에 주름을 잡을 수 있는지의 여부로 중추성 안면신경마비와 감별이 가능합니다. 즉, 이마에 주름이 안 잡힌다면 말초성, 주름이 잡힌다면 중추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비가 온 쪽의 얼굴 근육이 이완되면서 얼굴이 일그러지고 입이 삐뚤어지며 음식을 먹으면 옆으로 샐 수 있습니다. 또한 마비가 온 쪽의 눈이 잘 감기지 않아 눈물이 잘 나고 얼굴 감각이 둔해지며 때로는 통증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얼굴도 얼굴이지만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분들이 많으므로 이에 대한 케어도 중요하며, 극초기에는 치료와 상관없이 더 악화되는 경우도 있으니 너무 심려치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구안와사는 치료를 받지 않고 저절로 회복되기도 하지만 두 달 이상 경과할 경우 회복이 더디며, 후유증이 남는 경우도 있기에 후유증의 예방을 위해서라도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구안와사에 대해 양방에서는 스테로이드제를 주로 사용하며, 람세이헌트증후군과 같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추정될 경우에는 항바이러스제도 함께 사용합니다.
제가 지금껏 치료했던 분들의 절반 정도는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셨고, 또 절반 정도는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지 않고 침 치료만 받으셨는데, 그 결과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라도 스테로이드제 복용은 고려해 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아버지와 우즈베키스탄 환자분은 스테로이드 복용 없이 잘 회복되셨고, 현재 치료중인 중국 유학생은 스테로이제 3주분을 처방받았는데, 2주 동안만 복용하시라고 했습니다.
스테로이드제 복용 여부와 상관없이 침 치료는 하루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은데, 저는 침으로 마비된 얼굴의 근막을 풀어주면서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신경이 회복되도록 하고 있으며, 약침을 함께 사용해 더욱 빠른 회복을 돕고 있습니다.
약침으로는 신경재생 작용이 탁월한 사향약침을 주로 쓰며, 초기에는 소염진통 작용이 뛰어난 봉독약침을 함께 사용해 1~2달 안에 완전히 회복이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개월 이상 지나 만성화되거나 후유증이 남은 구안와사에는 만성적으로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는 능력이 좋은 미소약침을 함께 사용하는데, 역시 점차 좋아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환자분들께도 항상 드리는 말씀인데, 컨디션이 안 좋거나 스트레스가 심하면 회복이 더딜 수 있으니 충분한 수면 및 휴식과 함께 몸도 마음도 편안하게 유지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