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제주KBS에서 제작한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 다큐드라마를 보게 되었습니다. 불꽃 같은 삶을 살다 젊은 나이게 불행한 최후를 맞은 그의 인생이 다시 한 번 안타깝게 느껴지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살아가는 시대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긍정의 힘을 강조하는 말들을 넘치도록 많이 듣게 됩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말이죠.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시대의 천재 이중섭은 뭐가 모자라 그리 힘든 삶을 살아갔을까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작가인 나혜석은 왜 행려병자로 죽어야 했을까요?
그의 삶 내내 고통으로 점철된 고흐는 왜 그리 비참한 최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이들 외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는 노력을 했으나 결국은 해피엔딩이 되지 못한 수많은 인생들을 우리는 지난 역사 속에서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습니다.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분명 좋은 날이 올 거라며 위로 아닌 위로들을 하곤 하는데, 그 말에 책임질 수 있습니까? 포기하지 않으면 확실히 좋은 날이 오기는 오는 겁니까?
이제 그런 무책임한 위로는 그만되어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긍정과 낙관이 오히려 그들에게 더 큰 좌절과 절망만을 안겨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므로 이제 위로와 지지의 방법이 달라져야 합니다. 굳이 비관적으로 생각할 것도 없지만,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긍정보다는 현실에 대한 직시와 그 상황에 대한 기꺼운 인정과 수용이 강조되는 것이 더 마땅하다 생각합니다.
그것이 현실에 지친 그를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