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참 좋아하는 지인의 젊은 아내분이 지금 말기암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예전에 제게 진료도 받으셨고, 외부에서도 종종 만나 인사를 나누던 분입니다.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는 병세에 더 이상의 모든 치료를 중단하고 마약성 진통제만 연결한 채 곧 영면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언제 올지 모를 부고 소식에 저 역시 조마조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어젯밤 누워서 잠을 청하다 다시 그 분이 떠올랐습니다. 비록 공간적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병실에 누워 계실 그 분을 가만히 느껴 보았습니다. 그리고 사랑의 에너지를 모아 그 분의 지친 육신에 전하는 저 나름의 의식을 진행해 보았습니다. 물론 그런다고 그 분이 다시 회복하는 기적적인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 혼자만의 위안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먼 길 편안히 가시기를 바라 봅니다.
오늘 출근해서 제게 몸을 맡기신 환자분들께도 느끼기를 해 봅니다. 그리고 역시 사랑의 에너지를 전해 봅니다. 지인의 아내분만큼 사경을 헤매는 상황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그 분들의 고통을 덜어드리고 치료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말이죠.
태풍 카눈이 휩쓸고 지나간 것이 우리의 재산과 터전만은 아니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근심걱정과 우울불안도 함께 가져갔기를 바랍니다. 모든 분들의 마음에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주말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