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목소리도 작고 잔뜩 주눅든 모습의 20대 여성이 찾아왔습니다. 주 증상은 불안과 우울. 성장 과정에서 응원과 지지를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는 결과물들을 못 만들어 내면서 자신감과 자존감도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별 것 아닌 것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고 불면증, 피로, 소화불량, 과민성대장 등 신체화 증상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진찰을 해 보니 심혈(心血)이 허하고 간과 심장의 화(火)가 치성한데다, 오랜 아픔으로 어혈(瘀血) 소견까지 보이더군요. 한약 치료를 하기로 하고 귀비탕과 가미소요산을 합방하고 구기자, 향부자, 황련 등의 약재들을 추가해 처방해 드렸습니다. 물론 오랜 상담을 통해 고통의 이유, 생각과 감정의 관계, 그리고 감정을 다루는 방법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드리고 생활에서 힘들 때마다 활용할 수 있는 몇 가지 팁도 함께 전해드렸습니다.
그렇게 보름치 약을 드신 후 다시 오셔서 여쭤보니 권해드린 대로 운동도 시작하시고 약 복용도 열심히 하면서 모든 증상들이 호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이 줄면서 불안과 우울감이 호전되고 잠도 잘 자고, 그러다 보니 피로감도 개선되고, 소화도 특별한 불편을 못 느낀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어둡던 입술 색도 밝게 돌아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불편했던 증상들만 좋아진 것이 아니라 목소리에도 힘이 생기고 전반적으로 활기가 돌면서 밝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것이 더욱 좋았습니다.
다만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업무 특성상 머리가 좀 더 잘 돌아가면 좋겠다고 하여 새 약에서는 그 부분도 감안해 처방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보름이 지나고 내원하셨는데, 불안과 우울감이 거의 사라지고 무기력감도 없으며 자신감 있게 말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더군요. 증상의 개선도 개선이지만 삶에 대한 자세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더욱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이 분의 경우 비록 상태가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중증의 우울증은 아니었기에 피로 등 신체 증상을 회복시키고 삶에 대한 관점을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빠르게 좋아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운동을 꾸준히 하고 일기를 쓰는 것과 같은 본인의 노력도 큰 역할을 했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불안과 우울 같은 정서적 증상의 경우 그 치료 기간이 상이할 뿐, 분명히 좋아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변화하겠다는 의지와 용기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