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음식중독과 폭식증 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는데, 오늘은 이어서 소아비만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비만이 스트레스와 함께 만병의 근원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어른에게도 큰 문제를 일으키는 비만일진데, 소아에게 비만이 끼치는 신체적, 정신적 영향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그래서 부모님들께서도 더욱 예민하게 신경을 쓰는 것이고요.
소아비만의 원인 역시 어른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과도한 음식 섭취, 운동 및 수면 부족 등이 원인이고, 학원, 게임, TV시청 등으로 늦은 시간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제가 어릴 땐 9시만 되면 "어린이 여러분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라는 방송이 나와 그걸 듣고 잠자리에 들곤 했는데, 요즘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씨도 안 먹히는 소리일 것입니다.
우선 아이들이 왜 많이 먹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건강한 아이라면 적당히 배가 불러오면 그만 먹는 것이 정상적인 행동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자주, 많이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무언가 심리적인 결핍, 공허감이 있어 그것을 음식으로 보상받으며 기분을 좋게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잠깐뿐이지만요.
이 아이들은 음식에 중독된 것입니다. 어른처럼 기분 보상을 위해 술이나 담배, 쇼핑, 도박, 종교, 인간관계 등에 빠질 선택권이 별로 없는 아이들로서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기껏해야 게임이나 음식 정도이니까요.
소아비만은 무조건 못 먹게만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그리 쉽게 해결될 수도 없습니다. 설사 음식중독에서 빠져나온다 하더라도 게임이나 독서 중독 등에 빠지거나 신경증이 생길 확률이 상당히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아이가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것입니다. 그렇게만 되면 굳이 음식을 제한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식사량을 조절하고 키 성장과 함께 적절한 체중에 이르게 될 테니까요.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비만 아동에게는 대체로 정서적으로 편안하지 못한 부모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 양육자인 부모가 어떠한 이유로든 안정되지 않으면 아이는 불안, 자책, 수치심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고 그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모르는 아이는 무의식중에 그저 누르고 참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그 보완재로 음식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소아비만을 치료한다고 단순히 음식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영향을 주는 모든 환경을 점검해 최대한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족만의 힘으로 어렵다면 상담자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말이지요. 제가 아이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님들께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교육은 부모님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최근에 비만 아동이 부모님과 함께 찾아온 일이 있습니다. 여러 사정들을 듣고 책과 상담자 연결 등 몇 가지 솔루션을 제공해 드린 후에, 더불어 일단 체중이 늘지 않도록 약을 처방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성장기에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체중을 감량하기보다는 체중이 늘지 않도록 하거나 줄이더라도 서서히 줄이는 정도로만 꾸준히 관리를 하면, 결국 키와 체중이 적절히 균형을 맞추게 됩니다.
따라서 약을 순하게 썼는데도 부모님 말씀으로는 포만감이 빨리 느껴져 전처럼 음식을 많이 못 먹는다고 하더군요. 특별히 불편한 건 없는데,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더 먹고 싶어도 배가 불러 못 먹으니 약을 잘 안 먹으려고 한다는 말씀도 전해주셨습니다. 그래도 비만도가 낮아지면 자신감과 자존감이 올라가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개선되면서 여러 모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거듭 강조했다시피 소아비만은 당장 체중을 얼마 줄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한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만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몸과 마음을 함께 치료해야 합니다. 부모님들께서는 이 점 충분히 숙고하셔서 아이가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잡아주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