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오래고 고된 시집살이 등으로 힘든 삶을 이어가던 우리네 어머니들이 당신의 억울함을 담아 "화병이에요."를 입버릇처럼 내뱉곤 하셨지만, 요즘은 남녀노소 누구 할 것 없이 "나 화병이에요."를 외치는 시대입니다. 그만큼 다들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상황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화병(火病)은 오랜 기간 분노와 같은 감정을 풀지 못하면서 신체적 증상을 동반하는 질환입니다.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의학적 원인과 개념을 가진 질환으로, 한국 특유의 사회문화적 상황과 생리적 특성상 여성에게 다발합니다.
화병은 울화병(鬱火病)의 준말로 울화(鬱火)는 기운이 막혀서 통하지 못하여 화(火)가 쌓여있는 상태를 일컫는 말입니다.
증상 역시 불의 양상과 유사한데, 감정에 있어 초기에는 화, 짜증, 분노 등을 느끼다 차츰 우울, 불안, 초조 등의 증상으로 변하고, 신체적 증상은 두통, 어지럼증, 목어깨통증, 안구건조증, 상열감, 입마름, 답답함, 호흡곤란, 두근거림, 불면증, 목의 이물감 등으로 나타납니다.
화병의 진단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2004년도 한국건강심리학회지에 실린 ‘화병면담검사의 신뢰도와 타당도’라는 논문에서 제시한 ‘화병면담도구의 구조와 내용’을 보면 대략적인 진단기준을 알 수 있습니다.
화병은 가족간의 갈등이나 사회적인 문제가 대부분의 원인이므로 그러한 주변 인간관계의 개선이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한의학에서는 한약이나 침 치료를 통해 울화를 풀어내고 심신의 증상을 개선시키는데,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제 임상 경험으로는 보통 2~3개월 정도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의료진을 믿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면 분명히 극복 가능한 병이니 혼자 괴로워하지만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시기 바라며, 심리상담과 같은 마음 치료를 병행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