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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장의 건강칼럼

제목

나도 화병일까?

화병(火病)은 울화병(鬱火病)의 준말로, 울화는 기운이 막혀서 통하지 못해 화()가 쌓여있는 상태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리고 화병의 증상 역시 글자 그대로 불()의 양상과 유사하게 나타나는데, 화병에 대해 미국정신의학회에서 편찬한 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 정신장애에 대한 진단 및 통계 편람)-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화병(또는 울화병으로 알려짐) : 한국의 민속증후근으로 문자적으로 분노증후근으로 번역을 할 수 있는데, 분노의 억제로 인하여 발생한다. 이 증후군의 증상들은 불면, 피로, 공황, 임박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 우울한 감정, 소화불량, 식욕부진, 호흡곤란, 빈맥, 전신의 통증과 상복부위의 이물감 등이다.

 

이와 같이 화병은 한국인 특유의 병으로 오랜 기간 분노와 같은 감정을 풀지 못하면서 신체적 증상을 동반하는 질환이며, 한국 고유의 사회문화적 상황과 생리적 특성상 여성에게 다발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화병의 원인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억압이라는 방어기제와 특히 관련이 많은데, 방어기제란 자아가 해결할 수 없거나 위협받는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속이거나 상황을 왜곡하여 해석함으로써, 해결책을 이끌어내고 자신을 보호하는 행위 또는 정신적 과정을 일컫는 정신분석학적 용어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일상에서 수많은 방어기제를 작동시키며 살아가게 되는데 그 중 억압은 욕구, 욕망, 생각, 충동, 감정, 기억 등을 대상으로 하며, 이러한 대상들이 그대로 표현될 경우 자신에게 위험하거나 곤란해지는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억압이라는 방어기제를 작동시켜 스스로를 보호하게 되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최근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종영됐는데, 드라마 속의 직장인들이 상사 또는 거래처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화가 날만한 상황들이 자주 나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이러한 과정에 억압이라는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것입니다.

 

요즘 연일 이슈가 되는 일명 땅콩리턴사건 당시의 승무원들이나 백화점 갑질의 피해자인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이지요. 그래서 억압은 방어기제 중에서도 가장 흔하게 작동하는 방어기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남편분의 오랜 외도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오셨던 중년 부인이 있었습니다. 딱 봐도 부티가 나고 우아한 기품이 느껴지는 분이었지만, 사회적 체면상 어디 가서 말 한 마디 못하고 오랜 세월 혼자만 속으로 끙끙 앓다 보니 화병이 생긴 것이었어요.

 

이 분은 꽤 길었던 저와의 첫 상담 내내 눈물을 훔치며 말씀을 이으셨는데, 우울, 불안, 분노(타인에게 화를 내거나 폭력을 쓰지는 못하고 혼자 용을 쓰다 울면서 조금씩 가라앉음) 등의 정신적 증상과 함께 잦은 두통, 어지럼증, 목어깨통증, 눈의 충혈 및 안구건조증, 식욕부진, 불면증, 입마름, 두근거림, 가슴 답답함 등 다양한 신체적 증상들을 호소하셨고, 또한 남편 생각만 하면 갑자기 열이 위로 뜨면서 식은땀까지 난다며 괴로워하셨습니다.

 

이렇게 화병은 감정적으로 초기에는 화, 짜증, 분노 등을 느끼다 차츰 우울, 불안, 초조 등의 증상으로 변하고, 신체적으로는 상기 증상들 외에도 가슴통증, 생리불순, 목의 이물감, 탈모 등 수많은 증상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증상들이 있다고 하여 모두 화병은 아니니, 섣불리 스스로를 화병 환자로 단정 짓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중년 부인의 치료 후기와 함께 화()와 화병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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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한담한의원

등록일2015-01-31

조회수24,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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