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의학으로 화병과 같은 신경정신적 질환이 치료된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어떻게 치료가 되는 것인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한의학에서는 병의 원인을 내인(內因), 외인(外因), 불내외인(不內外因)으로 나누는데,
그 중 내인에는 음식에 상한 것, 과로, 과도한 성생활 등과 함께 칠정(七情)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칠정은 사람의 일곱 가지 감정을 지칭하는 말로 현대적으로 얘기하면 바로 신경을 많이 쓰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 할 수 있지요. 즉, 한의학에서는 일찌기 감정의 변화에 주목하여 이를 원인으로 나타나는 증상과 질병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치료법을 발전시켜 온 것입니다.
기실 화병(火病)이라는 말 자체도 한의학에서 나온 용어이니 한의학이 화병 치료에 강점이 있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면 한의학은 어떻게 화병과 같은 감정적, 정서적 원인의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일까요?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몸과 마음은 따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몸에 이상이 생기면 정신적으로도 변화가 오고, 반대로 정신적인 문제가 생기면 신체에도 변화가 오지요.
예를 들어, 우리가 몸이 아주 피곤하고 지쳐있을 때는 아주 조그마한 자극에도 예민해지고 짜증이 나는데
이것이 신체적 이상에 의한 정신적 변화이고요, 반대로 우리가 두렵고 무서울 때 가슴이 마구 두근거리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심리적인 문제로 인한 신체적 변화의 예입니다.
화병은 울화병의 줄임말로 억울, 분노, 한, 우울, 허무, 놀람 등의 심리적 증상과 함께 가슴의 답답함, 열감, 두근거림이나 뜨거운 기운이 치밀어 오르는 것, 두통, 어지러움, 목마름, 불면증 등의 신체적 증상이 동반되는데요, 오랜 스트레스로 기가 울체되면서 나타나는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화병은 정서적인 문제가 신체화되어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병인데, 한약이나 침 치료 등으로 깨어진 신체의 균형을 회복하고 치료함으로써 심리적인 문제까지 같이 해결하는 것이 바로 한의학으로 화병을 치료하는 원리입니다.
그러므로 화병에 대한 한의학의 치료 목표 역시 울체된 기운을 풀어주고 소통시켜주면서, 체내의 화열(火熱)을 식혀주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신체적 증상 뿐 아니라 심리적인 증상까지 같이 해결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해소되지 못하고 내 안에 꾹꾹 눌려 쌓인 스트레스로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받고 계시는 분이라면
꼭 한의원을 방문하여 치료받아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