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심한 족저근막염으로 저를 찾아왔던 분이 계셨습니다. 족저근막염 환자는 최대한 발을 쓰지 않아야 하는데, 이 분은 직업상 장시간 서 계실 수밖에 없었지요. 다행히 치료를 받으면서 조금씩 호전이 되기는 했지만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발바닥 통증과 직장생활에 대한 과도한 고민으로 심리적으로 무너지며 사회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피로를 비롯한 각종 신체적 증상과 함께 우울과 불안이 커져만 갔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불면증까지 생겼는데, '불면 → 신체적 증상 악화 → 불안, 우울 악화 → 불면' 이런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결국은 휴직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당시 이 분은 잠을 잘 못 자는 것이 모든 악순환의 근본이라고 생각하며 수면에 유난히 집착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아예 낮에 생활을 못할 정도로 밤을 꼴딱 새우는 것이 아닌데도 굉장히 괴로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얻기 쉽지 않았던 휴직을 한 후 집에서 쉬면서 족저근막염 뿐만 아니라 불안과 우울도 많이 개선이 되었었지요.
최근 이 분이 다른 증상으로 한의원을 다시 찾아오셨는데, 복직을 하고 하루 종일 서 있는데도 발바닥 통증이 없다고 아주 좋아하시더군요. 그리고 여전히 좀 자다가도 깨서 다시 잠들기 힘든 불면증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예전처럼 힘들지 않고 편안하게 받아들인다고 하시며 연신 제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셨습니다.
그때는 그렇게 도움이 될 만한 이런저런 말씀들을 드려도 무조건 휴직을 하고 쉬어야겠다는 생각만 있을 뿐 조금도 받아들이질 못하셨는데, 이제는 한결 여유가 생기신 모습을 뵈니 저도 참 좋았습니다.
직장생활을 하시는 분들 중에는 이처럼 일과 사람에 너무 지쳐 '번아웃' 되는 모습을 보이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는 그런 분들에게 할 수 있으면 일을 좀 쉬시고 그것도 힘들면 일을 줄이셔야 한다고 조언을 드립니다. 마치 배터리가 완전 방전되다시피 한 상태이기 때문에 아주 조금이라도 여유를 모색하지 않으면 결국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큰 탈이 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작은 여유를 찾게 되면 그것이 숨구멍 역할을 하며 조금씩 배터리를 다시 충전해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너무 지치셨습니까? 그러면 당신의 머리를 잠시 쉬게 해 주세요. 자신의 24시간을 잘 체크해 보고 정말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잠시 신경을 꺼 두세요. 그래도 세상은 잘 돌아갑니다. 그러다 보면 다시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