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저녁에 선선한 바람도 불고 더위가 한풀 꺾인 느낌이지만 아직도 낮에는 많이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름이면 많은 분들이 고생하시는 냉방병에 대해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지난달 한 환자분께서 냉방병을 호소하며 저희 한의원을 처음 찾아오셨어요. 곧 해외여행을 떠나야 하는데 2~3주 전쯤에 에어컨 앞에 앉아 계신 후론 에어컨 바람만 쐬면 춥고 팔다리가 시려 견디기가 힘들다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죠.
그래서 저희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산제(가루약) 중 하나인 곽향정기산을 여행 가서 드시라며 일주일치를 처방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얼마전에 다시 한의원에 내원하셨는데, 덕분에 아무 문제 없이 여행 잘 했다며 아주 고마워 하시더군요.
저도 어릴 때 냉방병으로 크게 고생한 기억이 있는데요, 몸은 더워 죽겠는데,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만 쐬면 연신 기침을 해 대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지요. 선풍기를 틀면 기침을 하고 안 틀면 더워 죽겠고, 참 난감하기가 이를 데가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면 이러한 냉방병은 왜 걸리는 것일까요? 그리고 일반 감기와는 어떻게 다를까요?
감기는 모두 잘 아시다시피 보통 찬 기운을 면역력이 떨어진 몸이 이겨내지 못하고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생하며, 발열, 오한, 두통, 몸살 등의 증상을 나타내지요.
하지만 냉방병은 추워서 걸리는 병이 아닙니다. 여름에 몸 속은 더운데 에어컨이나 선풍기로 인해 겉은 차게 되니 몸 속의 열이 땀을 통해 풀어지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것이 바로 냉방병입니다. 그래서 일반 감기와 달리 찬 공기나 바람에 노출되지 않으면 증상이 약화되지요.
그래서 냉방병은 치료 역시 일반 감기처럼 하면 잘 낫지 않고 오히려 몸만 더 상할 수도 있습니다. 대신 곽향이나 향유 같은 약재들로 겉만 살짝 풀어주면 좋아지니 제가 보통 감기에 많이 쓰는 패독산, 갈근탕류의 약 대신 곽향정기산을 처방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이런 한의학적 관점에서 일반적으로 냉방병의 치료가 어렵지는 않으나 우선 냉방병에 안 걸리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요. 그러니 여름에 덥다고 과도하게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에 노출되지 말고 적당히 땀도 흘리며 냉방병을 예방하는 지혜가 필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