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전 저는 한동안 목의 이물감으로 고생한 일이 있었습니다. 목에 가래 같은 게 끼어서 뱉어도 안 나오고 삼켜도 넘어가지 않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어요. 한의학에서는 이런 증상을 매핵기(梅核氣)라고 하는데, 매실 씨가 목에 걸려있는 것 같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매핵기는 역류성식도염에서 볼 수 있는 증상으로, 현대에는 음식이나 스트레스 등 여러 요인으로 역류성식도염 환자분들도 점점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역류성식도염의 원인, 증상, 그리고 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역류성식도염은 스트레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 음주, 카페인, 흡연, 비만 등에 의해 유발되거나 악화되는, 위장과 식도의 내장근 문제에서 비롯된 근육 질환입니다. 즉, 역류성식도염은 하부 식도 괄약근 기능의 이상에 의해 위산이나 위장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증상을 유발합니다.
역류성식도염은 한의학의 탄산(呑酸)이나 토산(吐酸)과 유사한 질환으로, 탄산은 위의 신물이 명치에서 식도를 타고 올라와 목구멍을 자극하는 것이고, 토산은 신물을 토하는 것을 말합니다. 한의학적 관점에서는 역류성식도염의 원인을 위열(胃熱), 담화(痰火), 기울(氣鬱), 간기범위(肝氣犯胃) 등으로 보고 있습니다.
역류성식도염의 가장 흔한 증상은 제가 앞에서도 말씀드렸던 제 경험처럼 '목의 이물감'입니다. 그 밖에 식도가 지나는 부위인 가슴 쪽에 작열감과 같은 쓰리고 아픈 증상 혹은 답답함 등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과식 후나 허리를 굽힐 때, 또는 드러눕거나 힘을 쓸 때 증상이 악화되며, 속쓰림, 신물, 연하장애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역류성식도염은 크게 산도(酸度)가 높은 경우와 산도가 낮은 경우로 구분할 수 있는데, 산도가 높은 경우에는 인후두나 식도 부위의 염증과 통증 등이 수반되고, 산도가 낮은 경우에는 목의 이물감이 나타납니다.
역류성식도염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발생한 지 얼마 안 되었으면 스트레스, 음식, 커피, 술, 담배, 체중 등 역류성식도염의 악화 요인들을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개선이 되니 굳이 치료를 급하게 받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증상이 심하거나 만성화한 경우 하루 빨리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역류성식도염을 치료하는 데는 위산의 분비 자체를 억제하는 위산분비억제제(PPI)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PPI를 사용할 경우 감염이나 골절 위험 증가 등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은 물론이고, 나중에는 약효가 잘 나타나지 않거나 증상이 없어져 약을 끊으면 재발을 하기도 합니다.
저는 역류성식도염 환자분들이 오시면 급만성과 그 증상의 경중에 따라 달리 치료를 하는데, 급성의 경우에는 약침과 침 치료, 그리고 생활 교정만으로도 대체로 치료가 잘 되지만, 만성의 경우에는 한두 달 한약(탕약) 치료를 위주로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도 좋으면서 재발 없이 관리가 잘 되더군요. 한약은 원인에 따라 위산의 역류 자체를 억제하는 데 더 집중하는 처방을 구성하기도 하고, 위장기능 개선에 저 주안점을 두고 처방을 구성하기도 합니다.
최근 치료중인 70대 여성분 이야기를 잠시 해 보자면, 원래는 수족냉증 때문에 오셨는데 역류성식도염으로 인한 목의 이물감도 같이 호소하셨습니다. 어차피 수족냉증 때문에라도 위장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지라 위장의 담(痰)을 없애면서 위산의 역류를 방지하는 약재들을 넣어 처방해 드렸는데, 약을 처음 드시고 바로 다음날 침 맞으러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아침에 가래가 없었다."며 신기해 하셨습니다. 즉, 목의 이물감이 하룻 사이에 사라진 것이었어요. 물론 오래된 증상이라 조금씩 기복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역류성식도염 증상으 머잖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역류성식도염은 한의원의 치료 효과가 우수한 질환이니, 역류성식도염으로 고생하고 계시는 분이라면 한의원 치료도 고려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