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건강하게 사는 데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일 만큼 수면은 우리의 삶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주는 요소입니다. 수면은 단순히 지친 몸에 휴식을 주고 회복하는 시간이 아니라 정신적인 피로까지 풀어주는 과정이기 때문이지요. 오늘은 불면증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리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여행, 이직, 이사, 입학 등 특별한 일이 있거나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단기간 일시적으로 잠을 못 자는 것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으며 치료의 대상도 아닙니다. 그러나 불안, 우울, 강박 등의 심리적인 문제, 통증, 하지불안, 쥐남, 가슴이 답답하거나 호흡곤란 등의 신체적인 문제, 그리고 약물이나 알코올, 카페인 등의 영향으로 만성적으로 불면증이 지속된다면 하루라도 빨리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치료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현대인들은 잠들기 직전까지 과도한 빛과 소음 등의 외부 자극에 노출되고, 심리적 결핍과 경쟁 사회에서 스트레스도 심해 교감신경의 항진과 자율신경의 실조로 뇌파 역시 안정되지 못하니 불면증 환자가 늘 수밖에 없습니다.
불면증의 한의학적 원인으로는 심혈허(心血虛), 음허화왕(陰虛火旺), 심담허겁(心膽虛怯), 담음(痰飮) 혹은 사려과다(思慮過多, 생각이 너무 많은 것) 등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심장의 화(火)가 뜨고 안정이 되지 않으니 깊은 수면 상태에 들지 못해 불면증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불면증은 보통 3개월 정도 지속될 때 불면증으로 진단하지만, 단 며칠이라도 불안, 우울 등 심리적 고통이 심하다면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잠이 드는 입면은 힘들지만 일단 잠이 들면 아침까지 잘 자는 경우도 있고, 입면은 잘 하지만 밤새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뒤척이는 경우도 있으며, 아예 밤새도록 거의 잠을 못 이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똑같이 잠을 못 자도 '그런가 보다' 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분이 있는가 하면, 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애를 쓰면서 더욱 잠을 못 이루는 분들도 많습니다.
좀 더 부연하자면 위에서 말씀드린 심장의 화(火)는 크게 실화(實火)와 허화(虛火)로 나눌 수 있는데, 화가 과잉되고 왕성한 실화로 인한 불면증은 보통 가슴이 뜨거우면서 답답하고 입이 쓰거나 마르며 눈이 건조하고 쉽게 짜증이나 화가 나는 등의 증상들이 동반됩니다. 반대로 음혈(陰血)의 부족으로 나타나는 허화로 인한 불면증은 생각이 과도하게 많거나 잘 놀라고 겁이 많으며 불안, 초조와 같은 정서적 증상들을 동반합니다.
우선 원인이 명확하다면 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신체적 혹은 정신적 증상이 불면증의 원인이라면 그 증상을 치료하고, 약물이 원인이면 약물을 끊거나 다른 약으로 대체하며, 술이나 커피도 멀리 합니다. 비만으로 인한 코골이나 수면무호흡 때문에 불면증이 생긴다면 식이조절을 통한 체중감량도 해야 합니다. 또한 침실의 밝기, 온도, 습도 등을 편안한 숙면에 도움이 되도록 조절하고, 부득이 수면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는 용량과 기간에 제한을 두어야 합니다. 필요한 경우 심리상담,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심리치료도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불면증 환자분들이 오시면 진찰을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그 증상과 원인에 따라 처방을 구성한 한약(같은 불면증이라도 원인이 다르고 사람도 달라 백이면 백 모두 처방이 다릅니다)을 주로 활용하면서, 경우에 따라 침과 약침 치료 등을 병행합니다. 더불어 정서적 안정과 증상 개선을 위해 심리상담과 생활지도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화(火)를 내리고 자율신경기능을 바로잡아 주면서 뇌파를 안정시켜 주면 아무리 오래 된 불면증이라도 대부분 개선이 되는데, 짧게는 1달, 길게는 석달 안에 대부분 입면 시간과 수면의 질이 개선되는 효험을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