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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장의 건강칼럼

제목

오장육부(五臟六腑)

오장육부는 한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익숙한 말이지만,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장육부란 간(肝), 심(心), 비(脾), 폐(肺), 신(腎) 다섯 개의 장(臟)과 담(膽, 쓸개), 소장(小腸), 위(胃), 대장(大腸), 방광(膀胱), 삼초(三焦) 여섯 개의 부(腑)를 합하여 일컫는 말로 줄여서 장부(臟腑)라고도 합니다.

한의대에서 예과 1학년 때 한의학개론 강의를 통해 오장육부를 처음 접한 저에게는 오장육부에 대해 나름 꽤나 충격적이었던 에피소드가 하나 있습니다.

공중보건의 시절 같은 지소에서 근무했던 의사와 대화중에 우연히 오장육부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저에게 오장육부가 무엇인지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때서야 저는 서양의학에 장부의 개념이 없음을 인지하게 되었고, 동서양 의학의 또 다른 차이를 발견하게 된 것이지요.

물론 서양의학에서도 간, 심장, 신장, 폐, 비장, 췌장, 쓸개, 식도, 위, 대장, 소장, 방광 등 각각의 장기를 구분하고는 있지만 한의학에서처럼 내부의 장기들을 장과 부로 구분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한의학의 최고서(最古書)인 황제내경(黃帝內經) 소문(素問)의 오장별론(五臟別論)편에서 “오장은 정기(精氣)를 저장하지만 내보내지 않으므로 충만하더라도 가득차지는 않으며, 육부는 물질을 운반하고 변화시키지만 저장하지 않으므로 가득 차더라도 충만하지는 않다.”라고 하였듯이, 한의학에서는 장과 부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위 말을 풀어보면 오장은 육부에서 소화시킨 음식과 호흡을 통해 공급받은 정미(精微)로운 물질을 저장하여 생명활동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장기들인 반면, 육부는 음식물을 받아들이고 소화시킨 후 내보내는 기능을 하는 장기들이라는 뜻으로, 형태적으로도 오장은 속이 꽉 찬 조직이고 육부는 속이 빈 주머니 또는 자루의 모양을 하고 있음을 보면 그 차이를 확연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오장육부는 서양의학에는 없는 한의학만의 독특한 개념으로 각각의 장기를 따로 치료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장기 전체의 조화롭고 유기적인 관계와 기능의 회복을 목표로 하는 한의학의 정신이 그대로 반영된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장부는 해부학적, 실체적 장기만의 개념이 아닌 각 장기의 눈에 보이지 않는 기능까지도 포함된 동적이고 거시적인 개념입니다.

전통적으로 동양적인 관점에서는 어떤 실체 자체보다 그 속성과 거기서 발현되는 현상에 더 중요성을 부여했는데, 시간을 예로 들면 서양은 한 시점으로서의 정지된 ‘시각(時刻)’을 중요시한 반면 동양은 연속성을 가진 동적인 ‘시간(時間)’의 개념을 중요시했습니다.

즉, 서양의 11시는 10시 59분 59초와 11시 0분 1초 사이의 한 점으로서의 ‘시각’인 반면, 동양의 자시(子時)는 밤 11시부터 1시 사이의 ‘시간’이라는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이는 의학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한의학은 우리 몸의 장기 자체보다는 그 장기가 우리 몸에서 어떤 기능들을 수행하는지에 더 관심을 가지며, 치료에 있어서도 발현된 증상들을 통해 장기의 기능적 이상을 파악하고 바로잡는 방법론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면 한의학에서는 “위에 염증이 있으니 위를 치료해야지.”의 개념이 아니라 “소화가 안 되어 명치가 더부룩하니 소화를 할 수 있도록 다스려야지.”라는 개념으로 치료를 하며, 결과적으로 위의 염증도 없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서양의학에서의 Heart와 한의학에서의 심장은 같다고 할 수 없습니다. 즉, Heart는 ‘전신의 혈액을 돌려주는 근육기관’이라는 명사로 정의되고, 심장은 ‘혈액순환체계와 정신활동을 주재한다’는 동사로 정의되며, 이는 다른 장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혹시 이 글을 읽으며 육부 중에서 ‘삼초(三焦)’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이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상초(上焦), 중초(中焦), 하초(下焦)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 삼초(三焦)는 오늘날까지도 한의사들 사이에 유형(有形), 무형(無形)에 대한 논쟁이 많은 장부이나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한의학의 특성상 그 실체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삼초의 기능은 마치 우리 자연계에서 물이 태양열에 의해 수증기가 되고 구름, 비 등으로 순환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은데요, 원래는 삼초 대신 식도가 육부에 포함되어 있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러나 고인(古人)들의 인체 생리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눈에 보이는 음식물의 소화 및 배출 과정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기(氣), 수(水), 혈(血), 진액(津液) 등의 생성, 순환 및 배출의 기능을 설명하기 위해 ‘삼초’라는 개념이 만들어졌으며, 식도보다 더한 기능적 중요도에 의해 육부에 편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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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한담한의원

등록일2017-08-30

조회수1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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